공지사항
서론: AI와 수학, 불가분의 관계
저는 인공지능이 본질적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수학적 모델이라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신경망의 역전파는 미적분학의 연쇄 법칙(Chain Rule)에 기반하며, 데이터의 표현과 변환은 선형대수학의 언어로 기술됩니다. 또한, 모델의 불확실성은 확률론의 프레임워크 안에서 다뤄집니다. 이처럼 AI의 근간을 이루는 알고리즘들을 피상적인 수준 이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사고라는 단단한 지반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생각입니다.
이러한 신념에도 불구하고, 제 블로그는 선형대수학, 해석학, 현대대수학 등의 수학 이론을 증명하고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제가 수학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이 블로그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목표의 차이: '수학자'가 아닌 '문제 탐구'의 관점
수학의 세계는 두 가지 주요한 흐름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공리(Axiom)로부터 출발하여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엄밀한 논리를 통해 아름다운 이론 체계를 구축하는 '순수 수학(Pure Mathematics)'의 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수학적 도구를 현실 세계의 복잡한 문제를 모델링하고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응용 수학(Applied Mathematics)'의 길입니다.
저의 관심사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이 블로그의 목적은 선형대수학의 모든 정리를 증명하는 수학 강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AI라는 특정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적 개념이 어떻게 '도구'로서 기능하는지를 탐구하고 기록하는 '문제 연구자'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벡터 공간의 8가지 공리'를 증명하는 대신, "이미지와 텍스트 데이터가 어떻게 고차원 벡터 공간의 한 점으로 표현되며, 그 공간적 관계가 AI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더 집중합니다. '고윳값 분해(Eigendecomposition)'의 엄밀한 증명보다는, "PCA(주성분 분석)에서 고윳값 분해가 데이터의 분산을 최대로 보존하는 축을 찾아내어 차원을 축소하는 데 어떻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합니다.
2. 지식의 형태: '명제적 지식'을 넘어 '절차적 지식'으로
지식에는 '무엇이 무엇이다'라고 선언하는 명제적 지식(Declarative Knowledge)과, '어떻게 무엇을 한다'는 방법을 아는 절차적 지식(Procedural Knowledge)이 있습니다. 수학 교과서는 대부분 명제적 지식의 집합체입니다.
하지만 AI를 구현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더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은 종종 절차적 지식입니다. 즉, "특정 손실 함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최적화 알고리즘을 선택해야 하는가?", "모델의 불안정한 학습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어떤 수학적 기법(정규화 등)을 적용해야 하는가?" 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능력입니다.
이 블로그는 수학의 명제들을 나열하기보다, AI 연구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수학적 지식을 '어떻게' 절차적으로 활용했는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남기는 데 더 큰 가치를 둡니다.
3. 블로그의 정체성: '사유의 과정'을 기록하다
궁극적으로 이 공간은 잘 정리된 수학 강의 노트가 아니라, 한 개인이 AI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남기는 '사유의 항해 일지'입니다. 항해 일지에는 완성된 지도뿐만 아니라,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었던 순간, 암초를 만나 좌초될 뻔했던 위기,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항로를 발견했을 때의 희열이 모두 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수학은 그 항해를 가능하게 하는 나침반과 육분의와도 같습니다. 저는 이 도구들의 완벽한 설계도를 그리기보다, 이 도구들을 사용하여 미지의 바다를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분들이 수학적 지식 그 자체보다, 수학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더 큰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제가 수학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블로그에서 수학을 직접적으로 가르치기보다 AI 연구라는 렌즈를 통해 그 쓰임새를 보여주는 이유입니다.